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김희정, 이하 중등교사노조)과 제주교사노동조합(위원장 한정우, 이하 제주교사노조)은 시험 출제 오류와 학업성적 평가, 학생부 기록 관련 사항을 징계 대상으로 규정한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감사·처분 기준 개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중요하다. 출제 오류를 줄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평가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교사 처벌일 수는 없다.
제주도교육청은 지금 학교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교사들의 평가 업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한 명의 교사가 많게는 5과목까지도 담당하며 평가계획서 작성, 지필평가 출제, 수행평가 설계와 채점, 학생부 기록, 평가 민원 대응까지 떠안고 있다. 출제는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적정 난이도와 변별도를 고려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적 업무다.
특히 고교학점제 이후 소인수 과목과 다과목 담당이 늘어나면서 한 명의 교사가 출제부터 검토, 채점, 학생부 기록까지 사실상 홀로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전공이 아닌 과목까지 맡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평가 오류를 예방하기 위한 동교과 교차 검토와 공동 검토 체계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상대평가 체제 속에서 미세한 점수 차로 학생의 등급이 갈리는 내신 구조는 교사들에게 더욱 높은 변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평가의 중요성과 교사의 책임만 강조할 뿐, 평가 업무에 대한 적정한 보상과 지원은 외면해 왔다. 수많은 교사들이 밤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일하고 주말까지 반납하고 있음에도 상당수 업무는 초과근무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교사 1인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넘어선 상황이다. 결국 오류 가능성을 높이는 구조는 방치한 채, 그 결과에 대한 책임만 교사 개인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당국이 만든 구조의 문제이며, 문제 해결이 아닌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더욱 기가 막힌 점은 감사 지적 유형에 \'수행평가 대다수 학생 동일 점수 부여’를 포함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제주도교육청의 행정 편의주의와 교육적 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행평가는 상대평가를 위한 줄 세우기가 아니라 학생이 성취기준과 평가 요소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확인하는 교육활동이다. 평가 기준에 따라 대부분의 학생이 목표를 충실히 달성했다면 동일한 점수를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감사의 칼날을 들이댄다면, 교사들은 지적을 피하려 인위적으로 점수를 깎는\'반교육적 변별력 짜내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이는 수행평가의 본질을 훼손하며 학생 성장 지원이라는 정책 기조와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순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다음을 먼저 물었어야 한다. 왜 평가 오류가 발생하는가. 왜 교사들의 평가 업무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가. 왜 교사들이 여러 과목을 맡아 밤늦게까지 출제와 채점, 학생부 기록을 해야 하는가. 오류를 줄이기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가. 교육청이라면 먼저 고민해야 할 질문들이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이러한 질문에는 침묵한 채, 누구를 징계할 것인가만 이야기하고 있다. 지원은 없고 책임만 있다. 원인 분석은 없고 처벌만 있다. 이것이 과연 학교를 지원해야 할 교육청의 모습인가?
또한 이번 조치가 교육부 상위 규정의 취지와도 배치된다. 교육부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에 대해 감경 또는 면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반복적인 오류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 징계부터 강화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조치가 학교 평가를 위축시키고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교사들은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문항보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문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며, 사고력과 탐구력을 평가하는 문항 개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실수를 이유로 징계를 받는 환경에서 누가 새로운 시도를 하겠는가. 결국 교사들은 교육적 판단보다 민원과 감사를 먼저 고려하게 되고, 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문제없이 넘어가기 위한 절차로 전락하게 된다. 이는 평가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평가를 획일화하고 형식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제주도교육청에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출제 및 평가 오류, 학생부 기재 관련 징계 기준 신설을 즉각 철회하라.
하나. 교사를 잠재적 징계 대상으로 취급하는 감사 행정을 중단하고,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에 나서라.
하나. 출제·채점·학생부 기록 업무의 정상화를 위해 실효성있는 지원체계를 구축 하고 평가 업무에 대한 적정한 보상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교사가 민원과 감사가 아닌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중심에 두고 평가할 수 있도록 평가 자율성과 전문성을 보장하라.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처벌이 아니라 지원이다. 교사를 통제하는 것으로 평가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지원은 없고 책임만 남은 평가체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사를 신뢰하고 지원할 때 비로소 공정하고 교육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중등교사노조와 제주교사노조는 교육청이 책임 전가 행정을 중단하고, 교사가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평가 환경을 마련할 때까지 끝까지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26. 6. 22.
전 국 중 등 교 사 노 동 조 합
제 주 교 사 노 동 조 합
소개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소개
2017년 11월 18일 창립한
중, 고등학교 교사 대상 전국단위 노동조합입니다.
중등교육 현장에 필요한 정책을 발굴하여 추진하며
교사노조연맹의 교육부 단체교섭 및 전국 17개 시도 지역노조와의 협력 하에
17개 시도 교육청과의 단체교섭에 중등 학교 교육문제, 교사복지 문제를 담아 해결해 갈 수 있도록 추동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등 선생님들께서 한 명 더 가입할 때마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힘은 커집니다.
중, 고등학교를 즐거운 교육 공간으로 재디자인하는 과정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창립선언문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창립선언문
오늘 우리는 중등교사들의 뜻을 모아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을 창립한다.
중등교육은 유초중과 대학 교육의 한 가운데로, 우리 교육의 허리라고 할 수 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은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질풍노도의 시기다. 우리 아이들이 올곧게 성장하여 한 명의 건강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배우고 알아야할 많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기 위한 고통과 좌절, 실패도 있다. 중등교사들은 이 아름답고 역동적인 소년 소녀들 곁에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겪으며,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왔다.
그러나 점점 격렬해지는 입시 경쟁과 시대에 뒤떨어진 승진제도와 권위주의적 관료체제, 완고한 교육과정, 낙후한 학교 시설 등 셀 수 없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중등 교사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보람과 기쁨보다 상처 받고, 미래를 예측하지 못해 불안에 떠는 아이들과 함께 깊은 좌절감과 슬픔에 사로잡혀 있다.
이 모든 문제들은 중등 교사 개인의 양심이나 노력으로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 제도를 개혁하고 교육 내용을 바꾸고 환경과 조건을 바꾸는 일은 교육부와 정치권이 각성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등교사들의 단결된 힘이 필요하다.
유치원, 초, 중등 교사에서 대학 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교사와 교수들은 단결하여 교육의 혁신과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고, 자신의 영역에서 분투해야 한다. 각 급별로 혁신해야할 제도와 과제가 다르고,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이 노조들은 지역별 노조와 다시 연대하며, 산별노조로서 교사연맹의 깃발 아래 크게 뭉쳐야 한다.
이제 우리는 ‘중등 교사노동조합’의 깃발을 높이 든다. 우리는 중등교사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 안고, 교육제도의 혁신을 위해 전진할 것이다. 중등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갈 것이다. 단 한 명도 배움으로 도피하지 않고, 단 한 명의 교사도 교육의 보람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7.11.18.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인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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